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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문스러운 죽음의 어둠 속 목격자 <올빼미>

by 카츄네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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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에 이어 다시 만난 두 배우 유해진, 류준열

2019년 작품 '봉오동 전투'에서 무장 독립군으로 만났던 유해진과 류준열이 이번에는 조선 시대 정통 사극을 통해 다시 만났다. 전작에서 일본군에 대항하여 함께 맞서 싸우는 각별한 사이의 전우였다면 '올빼미'에서 두 배우는 첨예한 갈등구도로 극에 긴장감을 준다. 이 캐스팅 때문에 영화 '올빼미'의 감독이 '봉오동 전투'의 감독과 같은 사람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올빼미'는 안태진 감독의 첫 작품으로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무려 '왕의 남자'의 조감독이었다는 기록이 나와 더욱 이번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올빼미'에서 류준열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 실력을 지닌 '경수'로 등장한다. 경수(류준열)는 훌륭한 침술 실력을 궁궐의 어의인 이형익(최무성)에게 인정받아 궁에 들어간 후 의도치 않게 궁궐의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당시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 내외가 조선으로 귀국하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소현세자의 죽음에 숨겨진 목격자가 바로 경수라는 설정으로 감독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경수는 사실 밝은 낮에는 시력을 잃지만 어둠 속에서는 올빼미와 같이 앞을 볼 수있는 주맹증을 앓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덕분에 궁궐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음모와 드러나는 진실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안타까운 의문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소현세자

소현세자(1612~1645)는 인조의 첫째 아들로 한국사에서 그의 이른 죽음이 가장 아까운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그는 조선시대의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삼전도의 굴욕(1637) 이후 아내 강빈, 동생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에 자진하여 인질로 가게 된다. 8년에 걸친 험난한 청나라 생활동안 청나라의 핍박과 감시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으나 힘든 상황에 굴하지 않고 현명하고 야무진 방법으로 난관을 극복한다. 그중 한 예로 소현세자 부부가 청나라에 끌려간 2년 간은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던 청나라 조정이 더 이상 물자를 지원할 수 없다고 선언한 사건에서 그들의 생활력과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똑똑한 소현세자와 아내 강빈은 청나라의 일방적인 통보에 좌절하지 않고 낯선 땅에서 조선의 농사 기술을 활용하여 직접 농사를 지으며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확해 판매함으로써 오히려 이익을 보았다. 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농작물을 판매한 돈으로 청나라의 시장에서 상품이 되어 팔리는 조선 포로들을 자그마치 50만 명이나 구해주고 자신의 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살피며 백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소현세자는 청나라에서 예수회의 신부, 청나라 황제의 아들 등 다양한 인물과 만나며 새로운 학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배우는 등 훌륭한 지도자가 될만한 모습이 그려지는 기록이 가득하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외교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청나라를 오랑캐로 여기고 배척하며 명나라와 가까운 관계를 고수하려는 흐름이었다. 때문에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한 진취적이고 경제적 수완이 좋은 소현세자는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1645년 조선에 귀국하게 된다. 조선에 돌아오며 소현세자 일행이 가져온 신식 문물과 서적은 아버지 인조의 화를 더욱 부추기며 갈등이 심화되고 갑자기 병환이 깊어진 소현세자는 나흘 만에 사망한다. 이후 역모죄로 소현세자의 아내 강빈과 그 일가족 또한 모두 죽임을 당한다.  

일평생 불안에 휩싸였던 조선 16대 왕 인조

인조(1623~1649)는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한 자신의 정통성에 대해 항상 내면에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인조는 맏아들인 소현세자가 청나라의 황제와 각별한 사이로 지내는 사실에도 큰 위협감과 불안감을 느꼈다. 이는 소현세자의 의문사가 아버지 인조로 인한 독살이라고 여겨지는 역사적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그는 잦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한 불안도 컸다. 명-청의 교체시기에 굳건하게 명나라와의 의리를 중시하는 외교를 고수한 인조의 오판으로 조선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쑥대밭이 된다. 그의 불안은 병자호란 당시 백성의 고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한산성으로 깊이 숨어 들어가는 군주의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결국 그는 울부짖는 백성들을 택하기보다는 청 태종을 향해 엎드려 세 번이나 절하며 개인의 입신을 택한다.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배우 유해진이 처음 맡게 된 왕 역할, 인조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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