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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

by 카츄네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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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

B급 감성 코미디는 윌 페렐에게 맡기자

제목이 아주 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파이어 사가 스토리'를 통해 처음 윌 페렐을 마주한 관객들은 이 영화가 매우 당황스러울 수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매우 유치하게 느낄만한 분장과 조악한 배경, 그리고 끔찍한 대사들은 윌 페렐이 단골로 소화해내는 그만의 장르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부부는 몇 년 전 윌 페렐을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피겨 스케이팅 대회를 다룬 영화지만 예술성보다는 윌 페렐의 압도적인 코믹 연기로 단숨에 그의 팬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윌은 배역을 위한 우스꽝스러운 분장도, 뜬금없이 분위기를 싸해지게 만드는 대사도 태연하게 연기하는 능력이 있다. 유로비전 영화에서도 그의 개그 감각은 여전히 살아있었는데, 라르스(윌 페렐)와 시그리트(레이첼 맥아담스)가 지하 창고에서 노래를 부르며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부가 나에게는 매우 즐거웠다.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배경은 덤이다. 물론 취향은 주관적이다.  

<어바웃 타임>의 레이첼 맥아담스가 맞나?

라르스 역의 윌 페렐은 수긍이 가는 캐스팅이다. 그러나 시그리트 역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보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맞는지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스러운 로맨틱 영화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레이첼은 의외로 내면에 개그 욕망이 많았던 것일까. 그러나 레이첼은 다소 부담스러운 라르스의 상대 배역인 시그리트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영화 중반부터는 우리가 알던 레이첼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격한 대사와 몸을 불사르는 무대공연까지 선보인다. 심지어 나는 시그리트로 연기하는 레이첼이 매우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일상에서의 일탈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짐작한다. 어쨌든 덕분에 보는 관객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보너스

라르스(윌 페렐)와 시그리트(레이첼 맥아담스)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인 후사비크 출신으로 묘사된다. 특히 영화의 초입부에서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연출되는데, 아이슬란드 특유의 검은 모래로 이루어진 바닷가에서 라르스와 시그리트가 북유럽의 바이킹을 연상되게 하는 복장을 하고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실 복장은 웃기게 연출했지만 배경에 펼쳐진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아름다워서 영화를 보며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또한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의 아이슬란드 마을과 건축양식도 영화에서 꾸준히 엿보이는데 감독이나 배우가 아이슬란드 출신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이슬란드의 정체성을 영화 내내 강조한다. 그러나 감독인 데이비드 돕킨도, 배우들도 미국과 캐나다 사람이라는 점은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여겨졌다. 이 외에도 라르스와 시그리트의 성에도 아이슬란드의 정체성을 담은 부분이 보인다. 라르스의 성은 에릭손으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에릭의 아들이라는 아이슬란드의 전통 방식이 담겨있다. 시그리트도 마찬가지로 에릭스도티르로 에릭의 딸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렇게 소소한 아이슬란드의 모습을 찾으며 영화를 감상하면 한층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실제 2019 유로비전 콘테스트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2년을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유로비전 출신의 유명가수가 바로 ABBA와 셀린 디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바로 그 정통성과 규모가 짐작이 갈 것이다. 이 대회는 유럽 대륙의 국가가 1년에 한 번씩 참여할 수 있는 노래 경연대회의 일종으로 매년 개최지가 바뀌는데, 일반적으로 전 대회의 우승국에서 다음 해 대회를 개최한다. 2022년 유로비전 대회는 2021년 우승국이었던 이탈리아에서 개최가 되어 우크라이나 팀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렇게 아시아의 한국인에게는 낯설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커다란 축제의 장인 유로비전은 매년 유럽의 스타를 배출하는데, 2019년의 유로비전 참가자들이 이 영화에 대거 출연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영화의 후반부로 넘어가며 라르스와 시그리트의 팀인 파이어 사가는 각 국의 유로비전 진출팀과 파티를 하게 된다. 이때 가수들의 멋진 음색과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명장면이 탄생하는데, 영화는 B급 감성을 지향할지어도 노래는 꽤나 수준급으로 연출한 덕에 눈과 귀가 즐거워진다. 가볍게 시간을 보낼 목적으로 이 영화를 본 후 몇 주간 나도 모르게 영화 속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 파이어 사가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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